
'동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내 딸은 나에게 좋은 묵상거리이고, 자주 내게 예수님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아이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미국에 있는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미술 클라스를 받았었다. 미술에 감각이 있기도 하지만, 있는 재능을 다 꺼내서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망가뜨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동글이가 만들어 놓은 미술 작품들은 나와 남편도 함부로 굴리지 않았다.
어느날은 크지 않은 액자 속의 거울에다 직접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나도, 남편도 그 작품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어느날 동글이가 방을 너무 심하게 어질러 놓아서 치우다가 화가난 중에 그 거울 그림이 엉망이 된 것을 발견했다. 이미 내가 마구 혼을 내서 한참 시무룩해 있는 아이에게
"이거 왜 이렇게 된 거야?!" 라고 하니 아이가 모른다고 했다.
"처음에는 안이랬잖아?!" 하니, 정말 자기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는 먼지가 너무 많이 끼어서 그림이 망가져 보이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휴지에 물을 적셔서 살살 닦아 보려고 해도 뭐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원래 이쁜 모양이었는데… 싶은 생각에 가뜩이나 화가 나있던 맘이 더 상했다.
내가 그렇게 성질이 나서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동글이는 나중에 혼자 울기 시작했다.
그날 내가 심하게 혼을 낸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가지로 미안한 맘에 침대에 앉아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엄마가 왜 그렇게 혼을 냈는지 설명하고, 다음에는 엄마한테 이렇게 혼 안나도 되게 행동하면 우리 동글이가 얼마나 예쁜 언니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알아 들었다는 몸짓을 하면서 동글이가 막 울기 시작해서 그냥 꼭 안아줬는데, 울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에, 엄마 나 얘기할 게 있어."
"뭐야.. 얘기해봐."
"저 거울… 사실은 내가 부엌에서 쓰는 물티슈로 닦았더니 저렇게 됐어."
동글이가 그 말을 하고는 그 전보다 더 크게 '잘못 했어…' 하는 몸짓으로 엉엉 울었다.
부엌에서 쓰는, 유기용매가 조금 섞인 물티슈로 먼지를 닦으려고 하다가 그림이 엉망이 되었었나 보다.
우는 모습을 보면서 동글이의 마음이 느껴졌는데, "내가 그린 이 그림이 망가져서 엄마가 무척 속상한가봐. 내가 이 얘기를 하면 아마 더 크게 혼날거야. 그래도 엄마가 저 그림때문에 속상해 하니까 사실대로 얘기해줘야 돼." 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 얘기를 듣고, "그래? 괜찮아. 사실대로 얘기해 줘서 고마워. 그림 망가져서 니가 많이 속상했겠다." 하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얼마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갔는지…
그 말을 꺼내기 전, 마치 '데미안'에 나오는 싱클레어처럼 무거운 번민으로 가득했을 - 그림이 망가져서 자기도 속상하지만, 그 사실 때문에 혼날까봐 걱정하고 있었을 동글이의 마음을 짐작했고, 그 상황에서 –쉽게 말해, '자수해서 광명 찾은' 동글이의 올바른 선택을 축하해 주고 싶었다.
나름대로는 참으로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면서 그걸 털어놓는 순간 얼마나 큰 마음의 평화와 치유를 경험했을까… 생각하면서 "축하해" 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이해하지 못할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안아주었다.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치유의 성사인 고해성사를 준비할 때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성찰하게 된다.
내가 내 아이를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데,
내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는다면, 나를 믿고 의지하면서 '엄청난 잘못'을 실토한 동글이처럼 나도 그런 아이의 모습으로 하느님께 나가가야 하는구나.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삶의 일부를 망가뜨린 것에 대해 하느님께 "제가 이렇게 해서 망가뜨렸어요…" 하고 통회하면서 다가갈 때 하느님께서 얼마나 큰 사랑으로 덮어주실런지…
2009년 9월 17일 목요일
고백을 통한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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