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여유있게 출발했는데, 또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너무 늦어버려서 기냥 빈손으로 슈삐님 댁에 도착하니 감사하게도 향기로운(?) 따뜻한 피자가 놓여있고. ^^
맛있게 피자 먹고, 든든해진 기분으로 연습시작~
이제는 정말 마음을 비우고 (삑사리만 안나면 돼... ) 연습을 해보고, 슈삐님 댁 컴퓨터로 즉석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하고 하면서 준비를 마치고는 코스모스홀로 출발~!
멤버들 중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명당자리에 차 세워놓고.. (ㅋㅋ)
8층 올라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누구라고 소개 안해도 알것 같은 분들 (상봉님, 감자돌이님)이 계신다.
'아휴... 나는 저분들 무지 반가운데, 저분들은 나를 모르시겠지?' 싶어서 인사는 나중에 드려야지 생각하고
일단 들어가서 이름표 받아 붙이고, 고대하고 고대하던 브릿지 모양 기념품 받고 어디 앉을까~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아름답게 흐르고 있던 러샤첼로님과 홍이님의 아름다운 선율~
결국 상봉님과 감자돌이님께는 인사도 못드리고 오게 됐다.
마주쳤을 때 "저 동글맘이어요~!"하고 인사했어야 한다고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리허설로 한번 무대에서 해보니 갑자기 지금까지 한것과 감이 다르게 느껴졌다.
어~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층계로 몰려가서 두번 맞춰보고 들어오니 연주회 시작!
첫 순서 바흐 무반주 배틀... "정말 긴장되시겠다... " "내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야..." 하는 사악한 생각으로 감상했는데, 두분 다 정말 여유롭게 분위기를 살려가면서 연주해 내시고... (우와~)
이어지는 연주자 분들 모두 다 침착하게 연주하시는데...
그런 저런 와중에 1부가 끝나고 intermission..
우리의 연주를 위해 무대에 보면대 세우고 자리 조정하고 나니 그제야 갑자기 떨리기 시작한다.
첫부분에 비브라토를 넣을 생각이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팔뚝은 고사하고, 손가락도 안 흔들린다...
재빠르게 비브라토는 포기하쟈... 마음먹고 계속 가는데, 언뜻 언뜻 떨리지 말아야 할 활은 떨리려 하고..
이러다가 뒷부분 A현에서 삑사리나는거 아냐.. 싶어서 조심조심 연주를 하다보니 마지막 부분
비올라가 멜로디를 하는 부분에서 다 각활로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전체에 묻어간듯 하다.

[사진 출처: 네이버 뒤포르의 첼로카페 감자돌이님의 연주회 후기]
이날도 여지없이, 연주를 마치고 나서는 긴장이 풀려 정신줄이 왔다 갔다~
Special인 라흐마니노프 소나타를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눈을 몇 번이나 감았다 떴다...
라흐마니노프 연주자분들 덕분에 이번 연주회의 격조가 확 올라간듯 하다.
6시쯤 끝나면 뒷풀이도 들러보려고 했는데, 6시 반이 넘어서 애매한 시간에 끝났다.
고민하다가 꿈꾸는이 님과 함께 그냥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클래식 FM을 틀었는데, 귀에 익은 선율~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2번이 흘러나오고~ 연신 이어지는 라흐마니노프 연주곡에 꿈님 감격 하시고...
그냥 집으로 가기 왠지 허전해 맛있기로 소문난 떡볶이집이 천호동 근처에 있다고 꿈님을 꼬드껴서 떡볶이를 배불리 먹고 귀가했다...
연주회가 끝나면 허탈하다 하는데..
이번엔 왠지 허탈하지 않고 뿌듯하기 까지... (-_-;;;)
해낸 연주의 질은 생각도 않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하기도 하고...
앞으로 엄마로서, 연구자로서 demanding job을 해내야 하는 현실속에서 음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네모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왜 난 아무 생각이 없는지...
포기하기 아까울 정도의 실력이 아니어서 인지...
그냥 사정 허락 하는 한 정도껏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그 '정도껏'이 얼만큼이어야 하는지도 아직 결정하질 못했다.
'더 열심히 살면 되지 않을까?'
'그럼 지금까지는 열심히 안살았나?'
생각만 무성할 뿐이다... 결론이 없다...
내가 계획을 아무리 잘 세운다고 해도, 그대로 실행되리라는 보장이 어차피 없다.
지금까지의 내 삶도 하느님이 이끌어 오셨고, 많은 것들이 나의 노력과 상관 없이 선물처럼 주어지기도 했다.
그냥 일단... 마음을 비우고 있자...
좀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될 지어다... 아멘.

